캠핑의 차원을 바꾸는 F350 슈퍼듀티
캠핑의 차원을 바꾸는 F350 슈퍼듀티
픽업트럭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 픽업트럭은 미국에서 발전한 자동차의 형태로, 머슬카와 함께 미국 자동차 문화를 대표하는 차종이다. 본래는 짐칸의 덮개가 없는 소형의 트럭을 지칭하는 표현이었으나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세그먼트로서 진화해 왔다. 픽업트럭 시장은 미국 자동차 업계의 생명줄과도 같다. 미국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국 승용차 시장에서 일본계 제조사들에 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줄지 않는 픽업트럭의 판매량 덕분이다. 미국의 픽업트럭은 승용차의 성격과 상용차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미국의 가정과 일터 양쪽에서 고루 사용되는 차가 바로 픽업트럭이다.그 중에서도 포드자동차(이하 포드)의 ‘F-시리즈’ 픽업트럭은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서 40년 넘게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제조사인 포드가 자사 매출의 절반이 F-시리즈 픽업트럭에서 나온다고 공언할 정도다. 또한 현재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는 국내의 수입 픽업트럭 시장에서도 가장 각광받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포드 F-시리즈 픽업트럭은 풀사이즈 모델인 F-150과 헤비듀티급 모델인 F-250, F-350, F-450 등으로 구성된다. 헤비듀티급 모델은 ‘슈퍼듀티(Super Duty)’라는 별칭으로 구분한다. 헤비듀티 픽업트럭은 풀사이즈 픽업트럭 보다 윗급에 위치하는 차종으로, 풀사이즈급보다 더 강력한 견인력을 자랑한다. 캠프야에서는 광활한 미 대륙을 누비는 정통 미국식 헤비듀티급 픽업트럭, F-350 슈퍼듀티 XLT 모델을 경험했다. 시승한 F-350 슈퍼듀티는 8피트 적재함과 사륜구동(4X4), 그리고 복륜 차축이 적용된 모델이다.압도적인 덩치F-350 슈퍼듀티는 외관만으로도 보는 이를 주눅 들게 만든다. 풀사이즈급의 F-150만 해도 그 크기에 압도될 지경인데 슈퍼듀티의 덩치는 그 F-150마저 작아 보이게 만든다. 특히 시승한 F-350 슈퍼듀티 XLT는 8피트 적재함 + 롱 휠베이스 사양으로 길이만 약 6,761mm, 차폭은 약 2,438mm, 높이는 약 2,057mm, 휠베이스는 약 4,470mm에 달한다. 시승한 F-350 슈퍼듀티는 복륜(Dual Rear Wheel, DRW) 사양으로, 뒷바퀴가 바깥으로 불쑥 튀어 나와 있다. 그리고 이를 덮기 위해 적재함 측면의 휀더도 덩달아 튀어 나와 있어, 가뜩이나 큰 덩치를 더 커보이게 만든다. 번쩍 들어 올려진 차체 때문에 타이어와 휠 아치 사이는 사람의 머리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게 벌어져 있다. 최저지상고는 약 198mm에 달한다. F-350 슈퍼듀티의 얼굴은 지금의 F-150과 유사한 `ㄷ`자형 헤드램프와 그 사이를 연결하는 굵직한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라디에이터 그릴 바로 위의 보닛 끝 부분에는 차명인 슈퍼듀티가 음각되어 있다. 그리고 두 줄의 굵직한 크롬 라인의 중앙에 거대한 포드 엠블럼을 붙여 두었다. 포드 엠블럼 하단에는 전방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등화는 대부분 LED로 이루어져 있다.광활한 실내공간과 적재공간거대한 덩치에 걸맞게 실내 역시 광활하다. 일반적인 승용차나 SUV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앞좌석과 뒷좌석을 가리지 않는, 통상의 SUV와는 차원이 다른 거주성을 만끽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거리부터 일반적인 차들과는 다르다. 대시보드 둘레의 디자인은 과거에 비해 한층 세련된 감각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잘 정돈된 작업실 같은 분위기를 낸다. 슈퍼듀티의 앞좌석 플로어콘솔에는 무려 4구의 컵홀더가 존재한다. 정확히는 2개의 컵홀더와 함께, 컵홀터 형상의 슬라이딩 커버를 이용하여 운전석 측의 수납공간을 컵홀더로 변신시키는 형태다. 하나하나 거대한 사이즈 덕에 패스트푸드점의 대형 음료 용기나 커피전문점의 대용량 커피 4잔도 문제 없다. 이렇게 거대한 컵홀더를 구비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차 자체의 거대한 폭, 그리고 스티어링 컬럼에 장착된 변속레버 덕분이다. 이 외에도 F-350 슈퍼듀티에는 다양한 수납공간이 존재한다. 또한 적재함은 길이가 약 2,491mm, 폭이 약 1,699mm에 달하여 약 2,223리터에 달하는 용량을 지니고 있다. 대형의 적재함 덕분에 테일게이트를 닫은 상태에서도 오프로드용 모터사이클이나 ATV(4륜오토바이)등도 거뜬히 실을 수 있다.V8 엔진의 추진력시승한 F-350 슈퍼듀티는 배기량 6.2리터의 포드 V8 SOHC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포드의 보스(Boss) 계열 엔진으로, 포드의 고성능 픽업트럭인 F-150 SVT 랩터(RAPTOR)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계열의 엔진이다. 이중의 가변 캠 타이밍 기구를 갖춘 이 엔진은 385마력/5,750rpm의 최고출력과 59.4kg.m/3,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포드의 토크시프트(TorqShift)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구동계는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저속 트랜스퍼케이스가 포함된 선택식 사륜구동계가 갖춰져 있다. F-350 슈퍼듀티에 올라, 시동을 거는 순간, V8 엔진의 분출하는 묵직한 소음이 터져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실내 전체가 소음에 잡아 먹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V8 엔진의 맥동은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일상적인 운전 환경에서는 충분한 정숙성을 제공한다. 승차감은 일반적인 승용차나 SUV와는 다르다. 승용형 SUV의 야들야들한 승차감과는 다른,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이 강하다. 차를 운전하면 할수록 승용차라기보다는 상용차의 느낌에 조금 더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국내의 캡오버형 상용차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캐빈이 휠베이스 내측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안정감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소 거친 맛은 있을지언정, 손끝과 허리로는 안정감을 느끼며 달릴 수 있다. 제법 단단한 느낌을 주는 후륜 서스펜션 설정은 트럭으로서의 쓰임새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가속 페달을 힘껏 밟기 시작하면 V8 엔진이 세차게 으르렁거리며 공차중량만 약 3,673kg에 달하는 육중한 몸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대배기량 V8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강한 토크 덕분에 거대한 덩치에서는 믿겨지지 않는 힘차고 정력적인 가속을 보여준다. 스로틀 응답성이나 변속기의 체결감 모두 느슨하기 짝이 없지만 막상 엔진이 힘을 쓰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회전수가 치솟아 오르며 강력한 추진력을 내어준다. 회전수가 오를수록 격정적으로 울부짖는 포드 V8 엔진의 음색도 일품.회전구간에서는 조금은 몸을 사려야 한다. 워낙 크고, 무겁고,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SUV처럼 몰아 붙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차의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승용 SUV가 아닌, 상용 화물차에 훨씬 더 가깝다. 또한 휠베이스를 비롯한 구조적 특성 상 최소 회전반경이 크기 때문에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도 U턴이나 회전 구간에서는 승용차를 운전할 때 보다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견인이 본업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포드 F-350 슈퍼듀티는 미국식 픽업트럭 중에서도 헤비듀티급 픽업트럭이다. 헤비듀티급 픽업트럭은 우리나라의 중형 상용차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며 풀사이즈 픽업트럭을 한참 상회하는 적재중량과 무지막지한 견인중량을 자랑한다. 헤비듀티 픽업트럭은 대체로 2,500~3,500lb(약 1,133~1,587kg)의 적재중량을 가지며, 이 급에서부터 뒷바퀴를 복륜으로 선택할 수 있다. 헤비듀티급 픽업트럭은 북미 대륙의 산업현장을 누비는 전천후 일꾼이다. 풀사이즈와는 격을 달리하는 견인력 덕분에 일반적으로는 상용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승용 용도로도 적지 않은 숫자가 사용된다. 포드 F-350 슈퍼듀티는 트럭이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기준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그 무지막지한 덩치에 비해 3,500파운드(약 1,587.5kg)에 불과한 적재중량은 화물 운송을 중시하는 트럭으로서 심각하게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견인력을 논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미국식 픽업트럭은 차량 자체의 적재중량보다 ‘견인’에 중점을 둔 차종이기 때문이다. 이는 소형 상용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미국 시장의 환경에서 기인한다. 픽업트럭은 일반적인 캡 오버 형태의 상용 트럭에 비해 차량 자체의 적재량은 매우 적지만 높은 견인중량으로 적은 적재량을 상쇄한다.특히 F-350 슈퍼듀티와 같은 헤비듀티급 픽업 트럭은 사양에 따라 10톤에 가까운 화물을 견인할 수 있고 강력한 사륜구동계로 무장하여 온갖 지형에 대응할 수 있다. 따라서 혹독한 북미 대륙의 각종 산업 현장에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견인력을 중시하는 성향 덕분에 가정용으로는 트레일러부터 요트에 이르는 온갖 종류의 레저용 장비들을 견인할 수 있는 만능 일꾼이 된다. 우리 캠핑에서 만난 F-350 슈퍼듀티는 크루캡 사양에 6.2리터 V8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사륜구동 시스템과 복륜 뒷바퀴까지 적용된 모델로, 최대 견인중량은 12,100파운드(약 5,488kg)에 달한다. 이는 기본 사양인 3.73의 종감속비가 적용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옵션으로 마련되는 종감속비 4.30의 리어 액슬을 선택하면 견인중량은 15,600파운드(약 7,076kg)까지 늘어난다. 시승한 차량만으로도 고중량으로 유명한 미국제 카라반들 대부분을 견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0피트 내외의 크루즈 보트도 견인할 수 있다. 현재의 F-350 슈퍼듀티는 지난 2016년 하반기에 공개되었다. 그리고 세대 교체와 함께 기본적으로 든든했던 하드웨어는 더욱 강력해졌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차체의 뼈대를 이루는 ‘프레임’이다. 13세대 F-350 슈퍼듀티의 프레임은 박스형 빔으로 이루어진 사다리형 구조로 설계되었다. 새 프레임은 고장력강의 사용 비중을 95%까지 늘렸다. 이 덕분에 새로운 슈퍼듀티의 프레임 강성은 12세대 대비 무려 24배나 강화되었다. 이 믿을 수 없는 강성 향상을 직접 증명하기 위해 포드는 슈퍼듀티의 프레임에 총중량 6만 파운드(약 27.2톤) 이상에 달하는 9대의 동급 트럭들을 매다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이토록 강건해진 프레임에 걸맞게 서스펜션과 차축 역시 크게 강화되었다. 프레임 강성이 대폭 향상되면서 견인이나 적재, 노면 충격 등에 더욱 강해져, 한층 믿음직스러워졌다. 차체 역시 한층 가벼우면서도 견고해졌다. 모든 13세대 포드 슈퍼듀티의 차체(Body)는 군용 사양(Military-grade)의 초고강성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기존 강철 차체에 준하는 차체 강성을 확보한 동시에 350파운드(약 158.7kg)의 경량화를 동시에 달성했다.F-350 슈퍼듀티는 사양에 따라 총 7개의 카메라가 탑재된다. 6개의 카메라는 차체에, 나머지 1개의 카메라는 트레일러에 부착할 수 있게 하여 트레일러를 체결한 이후에도 후방카메라를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트레일러 전용의 타이어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을 별도로 마련하여 더 안전한 운행을 돕는다. 이 외에도 F-150과 같은 3세대의 포드 싱크(SYNC)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이 탑재된다. 슈퍼듀티의 사각지대 경고시스템은 테일램프에 탑재된 레이더 센서를 통해 사각지대의 차량을 감지할 수 있고 트레일러 견인도 배려되어 있다. 충실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덕분에 통상의 SUV와는 차원이 다른 견인 운행의 편의성을 제공한다.트럭 캠퍼 세계의 표준F-350 슈퍼듀티를 비롯한 포드의 F-시리즈 픽업트럭은 북미 픽업트럭 시장에서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때문에 F-시리즈 픽업트럭은 RV, 특히 트럭캠퍼 업계에서 ‘표준’으로 통하고 있다. 트럭캠퍼는 트럭의 적재함을 직접 이용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최대의 트럭캠퍼 제조사인 랜스(Lance)를 비롯한 북미의 트럭캠퍼 제조사들은 기본적으로 포드 F-시리즈 픽업트럭의 적재함에 맞춰서 트럭캠퍼를 설계한다. 시승한 F-350 슈퍼듀티와 같은 헤비듀티급 픽업트럭의 경우에는 보다 넉넉한 내부 공간을 제공하는 대형의 트럭캠퍼를 적재할 수 있다. 적재함 크기까지 크다면 최대 크기의 트럭캠퍼도 적재 가능하다. 촬영에 함께한 트럭캠퍼는 랜스의 1172 모델로 랜스 트럭캠퍼 라인업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모델이다. F-350 슈퍼듀티는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트럭캠퍼를 사용할 수 있다.‘레저 천국’ 미국의 스탠다드포드 F-350 슈퍼듀티는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인상은 어떤 차보다도 강렬하게 남았다. 가장 미국적인 차의 진면목과 마주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덩치와 대배기량 8기통 심장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추진력을 비롯하여 헤비듀티급 픽업트럭만이 갖는 독특한 주행 질감을 통해 진정한 ‘대륙적 기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깊은 인상을 받았으면서도 가장 미국적인 자동차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던 지점은 육중한 덩치도, V8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실용성’이다. 바꿔 말하자면, 모든 것이 낭비적으로 보이기만 했던 차의 구석구석이 사실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태생부터 철저하게 도구로서 태어난, 픽업트럭의 본질에 누구보다도 충실한 차가 바로 F-350 슈퍼듀티다.통상의 SUV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막강한 견인 관련 하드웨어와 지원은 다양한 형태의 레저활동을 가장 편리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큰 아웃도어/레저 시장을 이루고 있는 미국의 스탠다드로 통하고 있는 차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겠다.가격 및 구입은 우리캠핑(http://cafe.naver.com/lancecamper, 041-554-2121)으로 문의하면 된다.글. 박병하 기자 / 사진. 김재민 기자
SUV의 본고장에서 온 익스플로러
SUV의 본고장에서 온 익스플로러
SUV는 미국에서부터 발현된 자동차의 갈래 중 하나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ports Utility Vehicle)’의 줄임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포츠’란, 고성능 차량을 지칭하는 표현보다는 등산, 낚시, 캠핑 등의 각종 아웃도어/레저 활동에서의 기능성을 중시하는 차종이라 풀이할 수 있다. SUV는 21세기의 문턱에서부터 세계 각지에서 흥행을 거듭한 이래 현재의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SUV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미국이 SUV의 발상지이자 본고장이 된 까닭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에 빛나는 소득수준부터 시작해서 가족과의 시간을 중시하는 문화적 배경, 그리고 드넓은 대륙에 펼쳐진 천혜의 자연 환경을 들 수 있다. 또한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미국의 도로환경 역시 SUV의 등장과 발달에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포드 익스플로러’는 그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SUV 세계의 터줏대감이다. 동시에 2017년 국내 수입SUV 부문 판매 1위에 빛나는 업계의 대표 선수이기도 하다. SUV의 본고장에서 태어난 포드 익스플로러와 함께 하며 그 실력을 직접 경험해 봤다. 시승한 익스플로러는 올 해 초에 출시된 2018년형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 모델로, 변경된 외관 디자인과 함께 상품성 강화가 이루어졌다. VAT포함 가격은 5,790만원이다. SUV의 풍채가 살아 있는 외모 포드 익스플로러는 지난 2016년을 기해 대대적인 디자인 변경이 이루어진 바 있다. 그리고 2018년형 익스플로러에 이전의 익스플로러에 비해 좀더 세련된 외모를 갖게 손질을 가했다. 디자인의 변화는 전면부에 집중되어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전체에 가해진 디자인 변화는 익스플로러의 인상을 한층 달리 보이게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하단의 공기흡입구까지 확장되어 일체감을 높이고 ‘ㄷ’자 형상을 이루고 있었던 안개등과 범퍼 에어벤트는 ‘ㄱ’자 형상으로 바뀌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단 스키드 플레이트 사이에는 굵직한 크롬장식이 더해졌다. 기존에 비해 화려함을 더하면서도 SUV다운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측면의 형상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전/후방 범퍼에 추가된 크롬 장식이 차명이 음각된 측면 크롬장식과 이어지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의 알로이휠이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A필러와D필러를 블랙 페인팅으로 처리하여 연출되는 플로팅 루프 스타일은 데뷔한 지 7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선한 느낌을 준다. 뒷모습 또한 기존과 큰 차이는 없지만 범퍼 양측면에 크롬장식을 추가하고 후방 스키드플레이트의 디자인을 변경하여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2016년에 이어 2년 만에 이루어진 또 한번의 디자인 변화로 인해 익스플로러는 한층 SUV다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승용 세단이나 소형 크로스오버 등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중후하고 당당한 SUV만의 멋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미대륙의 원대함과 미국식 실용주의가 공존하는 공간 SUV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공간’이다. 공간은 많은 소비자들이 일반 승용차 대신 SUV를 구매하는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공간이 상대적으로 작은 SUV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상품성을 인정 받기 힘들다. 하지만 포드 익스플로러는 그 ‘공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익스플로러의 실내 공간은 차의 고향인 미국의 원대함을 품은 듯 광활하고 시원스러운 체감 공간을 지니고 있다. 특히 대시보드가 앞 도어패널까지 이어지며 탑승객을 완만하게 감싸는 랩어라운드(Wrap Around) 스타일이 강조된 인테리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익스플로러의 실내공간은 1열과 2열 좌석이 중심이 된다. 1열 좌석은 동급 차종에 비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약간 좁혀서 좌석과 도어 패널과의 거리를 넉넉하게 확보했다. 이 때문에 동급 차종과 유사한 수준의 전폭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감 공간은 한층 넓게 느껴진다. 머리 위 공간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고 시야에 대한 배려도 잘 된 편이기 때문에 전방위적으로 시원스러운 느낌을 받는다. 시승 차량을 기준으로 앞좌석은 각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 4방향의 요추 받침, 열선 기능, 통풍기능, 그리고 멀티 컨투어 마사지 기능까지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부드러운 착좌감을 지니고 있어 장시간 운행에 큰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2열 좌석은 익스플로러의 공간 설계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다. SUV의 필수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지는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은 물론, 전후 슬라이딩도 가능하다. 조절이 가능한 2열 좌석은 탑승객의 거주성을 극대화하거나 짐 공간을 더 늘리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2열 좌석 공간을 최대로 확보하면 건장한 성인 남성도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SUV에서 보기 드문 B필러의 손잡이 덕분에 승하차 편의성도 우수하다. 익스플로러의 3열좌석은 더블폴딩이 가능한 2열 좌석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2개의 독립식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색 갖추기에 가까운 통상의 SUV용 3열좌석과는 달리, 비교적 양호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공간은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들에게는 충분한 수준으로 확보했다. 익스플로러의 3열 좌석은 완전전동식으로 접거나 펼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3열좌석은 등받이만 접을 수도 있지만 최근의 미니밴들처럼 바닥으로 매립(Stow)시킬 수도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덕분에 트렁크의 공간 관리 측면에 있어서는 동급 최고 수준의 편의성을 지니고 있다. 버튼 하나로 접을 수도, 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좌우 좌석을 개별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렁크 용량은 3열 좌석을 전개한 상태에서조차 통상의 승용차를 뛰어 넘는 594리터에 달한다. 3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1,243리터, 2/3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2,313리터에 달하는 광대한 공간이 탄생한다. 이 덕분에 짐이 필연적으로 많아지는 캠핑 등, 각종 아웃도어 활동에서 유용하다. 3열좌석을 접으면 4인 가족용의 캠핑 짐 정도는 여유만만하게 소화해 낼 정도. 익스플로러의 공간 설계는 미 대륙의 원대함과 더불어, 미국식의 실용주의가 공존하고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넉넉한 편의사양 국내에서는 미국 자동차의 편의사양이 대체로 빈약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적어도 익스플로러 앞에서는 그저 편견일 뿐이다. 익스플로러는 동급 최다 수준의 편의사양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양하게 마련된 수납 공간 역시 만족도를 높여준다. 익스플로러의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스타일로, 기존과 동일하다. 스티어링 휠에는 열선 기능은 물론,스무 개가 넘는 버튼들이 좌우 스포크에 빼곡히 배치되어 있다. 상단의 상하좌우 및 확인 버튼은 계기반 양쪽을 제어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하단 좌측은 능동형 정속주행장치, 하단 우측은 전화 및 오디오 조작에 사용된다. 계기반은 중앙의 속도계를 중심으로 좌우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이루어져있다. 익스플로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포드 SYNC의 최신 버전인 SYNC 3로, 향상된 사용 환경은 물론 한국어 음성인식, 그리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까지 지원한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2018년형 모델을 기준으로 SK의 T맵을 지원한다. 포드코리아에 따르면, 이는 미러링 기술을 이용하여 T맵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먼저 적용되고 있으며 추후에 iOS 버전도 공개될 계획이다. 오디오는 소니(SONY)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클리어 페이즈(Clear Phase) 및 라이브 어쿠스틱스(Live Acoustics) 등의 효과가 적용된 총 390W 출력의 시스템으로, 전반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2열좌석 측에도 준수한 편의장비들이 마련되어 있다. 상부의 파노라마 선루프를 시작으로 상부에 설치된 전용 에어벤트, 뒷좌석을 위한 공조장치 제어 패널, 2개의 USB 포트, 그리고 230V 전원 단자 등이 마련되어 있다. 2개의 USB 포트 덕분에 스마트폰 사용자는 케이블만 있다면 별도의 12V용 충전기 없이도 충전이 가능하며 230V 전원 단자는 캠핑용 냉장고 등의 장비를 활용하기에 편리하다. 수납 공간도 충실하게 구비되어 있다. 플로어 콘솔의 SYNC 엠블럼을 살짝 누르면 휴대전화를 비롯한 주머니 속 잡다한 물건들을 모두 품어줄 수 있는 넉넉한 수납공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운전석 팔걸이 를 들어 올리면 깊숙하게 설계된 수납 공간이 등장한다. 컵홀더는 1열좌석에 2개, 2열좌석에 총 4개, 그리고 3열좌석 좌/우측에 각각 1개씩 설계되어 있다. 직경이 크고 깊이도 깊게 설계된 컴홀더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 전문점의 빅사이즈 컵도 충분히 수납 가능하다. 여기에 2열좌석을 위한 특별한 장비가 하나 더 숨어 있다. 바로, 포드의 ‘에어백 내장형 안전벨트’다. 에어백 내장형 안전벨트는 동급에서 유일하게 익스플로러에만 적용되는 사양이다. 충돌 사고시 안전벨트에서 팽창하여 뒷좌석 탑승자의 흉부를 보호한다. 이 외에도 익스플로러에는 이를 필두로 다양한 안전장비들을 만재하여 탑승자의 안전을 도모한다. 작지만 강한 2.3 에코부스트 엔진 포드 익스플로러는 포드의 직렬 4기통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과 셀렉트 시프트 6단 자동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있다. 최고출력 274마력/5,500rpm, 최대토크 41.5kg.m/2,500rpm의 성능을 내는 2.3 에코부스트 엔진은 동사의 스포츠 쿠페인 머스탱에도 사용되는 엔진이다. 동력은 포드의 지능형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타고 네 바퀴에 모두 전달된다. 익스플로러의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은 수치 상으로만 보았을 때는 차체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엔진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3 에코부스트 엔진은 그리 만만한 엔진이 아니다. 이 엔진은 동사의 스포츠 쿠페, ‘머스탱’에도 사용되는 엔진이다. 다만 차량의 성격을 감안하여 머스탱의 2.3 에코부스트 엔진과는 조금 다른 설정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의 운전대를 잡고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는 순간, 숫자에서 기인한 의구심이 씻겨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이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금, 엔진의 배기량은 크게 중요치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재확인하게 된다. 익스플로러에 실린 2.3 에코부스트 엔진은 결코 힘이 부족하지 않다. 특히 중~저회전 영역에서는 터보 엔진의 특유의 푸짐한 토크가 힘차게 추진력을 더한다. 변속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유를 부린다. 급하게 가속을 시도해도 와중에도 불필요한 긴장감이나 울컥임 없이 부드럽고 묵직하게 속도를 올려 나간다.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의 충실한 성능은 후술할 우수한 견인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 동반자 포드 익스플로러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SUV다. 여기에 익스플로러는 외부 소음의 유입 또한 착실하게 억제되어 있다. 가솔린 SUV의 정숙함은 디젤 SUV로는 흉내 낼 수 없는 특성이기도 하다. 회전수를 꽤나 크게 높여도 차내는 대화가 가능하며, 고속 주행 중에도 차내는 정숙함을 유지한다. 우수한 정숙성과 함께 익스플로러의 만족감을 끌어 올려주는 요소는 바로 승차감이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감각의 승차감은 장시간 주행에도 피로가 적고 탑승객들에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 쾌적한 승차감의 이면에는 탄탄한 차체 구조와 함께 전/후륜에 모두 독립식 서스펜션을 채용한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카라반 견인의 실력자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미국은 다양한 형태의 레저활동이 발달해 있다. 그리고 미국은 카라반, 모터홈, 다양한 종류의 트레일러 등의 각종 RV와 관련 산업이 가장 발달되어 있는 국가이다. 이러한 활동에 사용되는 대다수의 캠핑 혹은 레저용 장비들은 견인차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미국의 SUV나 픽업트럭 시장에서는 견인중량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가진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SUV 중 하나가 바로 익스플로러다. 이에 걸맞게 미국 시장에서는 견인장치를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이 별도로 장착해서 카라반이나 수납 트레일러 등을 견인할 수 있다. 2.3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한 익스플로러는 2,195kg의 공차중량을 지닌다. 작은 심장임에도 튼실한 동력성능과 함께 포드의 지능형 상시사륜구동 시스템까지 적용되어 있어, 별도의 견인장치 장착 시 공차중량 1,000kg을 웃도는 중형급 카라반도 견인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서 판매 중인 유럽산 카라반 대부분을 견인이 가능하다. 3.5리터 모델을 선택하면 더 강력한 견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 사진의 카라반은 독일 데스랩스(Dethleffs)社의 C’go 모델로, 내부 길이가 5m 정도인 중형급 카라반이다.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 모델의 힘이라면 부족함 없이 견인 할 수 있다.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돕는 스마트한 조력자들 포드코리아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익스플로러에는 지형관리시스템(Terrain Management System, 이하 TMS)이 포함된 포드의 최신 인텔리전트 4WD(Intelligent 4-Wheel-Drive)와 어드밴스트랙(AdvanceTrac), 그리고 2018년형부터 새롭게 도입된 포드 세이프&스마트 패키지(Safe & Smart Package)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포드 인텔리전트 AWD는 주행 중 0.016초마다 노면 상태를 감지한다. 이렇게 매 초당 수 백 개씩 입력되는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구동력을 전/후륜으로 배분한다. 인텔리전트 4WD와 연계하여 작동하는 TMS는 노면의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제어하는 전자식의 지형 감응 시스템이다. 모드는 일반, 진흙, 눈, 모래의 4종이 준비되어, 다양한 상황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각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의 토크와 연료공급 등을 전자적으로 제어하여 각각의 상황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내리막 주행 보조장치(Hill Descent Control)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이 모드를 사용하는 동안 운전자는 오프로드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익스플로러에 탑재된 어드밴스트랙은 전자식 차체 자세 제어장치에 해당하는 RSC와 코너 진입 중 전복을 방지하는 커브 컨트롤(Curve Control)을 포함한다. RSC는 각 바퀴별로 제동력과 엔진출력을 선택적으로 제어하여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커브 컨트롤은 코너 진입 속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차량이 스스로 속도를 낮춤으로써 지나친 진입속도에 따른 차체 전복을 사전에 방지한다. 2018년형 익스플로러부터 새롭게 도입된 포드 세이프&스마트 패키지는 날로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능동 안전장비들로 구성된다. 해당 패키지는 사각지대 보조 장비(BLIS), 후측방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그리고 선행 차량과의 간격을 유지하고 충돌 위험을 경고해 주는 능동형 정속 주행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SUV의 본산지에서 찾아 온 실력자 SUV의 본고장, 미국에서 찾아 온 포드 익스플로러는 SUV로서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차종이다. SUV의 멋이 살아 있는 외관 디자인과 뛰어난 공간 설계, 그리고 배기량에 비해 우수한 파워트레인 성능과 견인력에 이르기까지 SUV로서 버릴 것이 없는 차다. 그리고 2018년형으로 또 한 번의 변신을 맞이한 익스플로러는 그 매력이 더욱 업그레이드 되었다. 2018년형으로 거듭난 포드 익스플로러는 SUV가 가져야 할 미덕과 가치를 빠짐 없이 갖춘, SUV다운 SUV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본고장의 터줏대감이 가진 실력을 통해, 올 해에도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시승기
지프 랭글러 루비콘 시승기
데뷔 10년 차의 험로 전문가를 마주했다. 은퇴를 앞둔 백전노장이었다. 코드네임 'JK'로 불리는 그는 12월 1일 개막하는 LA 오토쇼에서 데뷔 무대를 가지는 코드네임 'JL'에게 '아이코닉 오프로더' 타이틀을 건네주고 영광스레 퇴역할 예정이다. 이번 시승은 새로운 'JL' 랭글러가 타이틀을 물려받기 직전에 훌쩍 떠나는 'JK'와의 이별여행이었다. 'JK'는 도로에서 눈길을 잡아 끄는 초록색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여기에 조금 더 안락하게 다져진 '사하라(Sahara)' 모델이 아니라, 온전히 퓨어 오프로더임을 이야기하는 '루비콘(Rubicon)' 언리미티드 모델이었다. 낭만이 가득할 것이라는 처음 생각과는 달리 거친 여행이 될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 브랜드의 아이코닉 모델이 되기 위한 조건은 유구한 역사를 갖춰야 함과 동시에 헤리티지가 담긴 디자인을 지녀야 했다. 특히 랭글러는 7-슬롯 그릴과 함께 동그란 헤드램프로 만들어내는 얼굴로 브랜드의 시조, '윌리스 MB'의 향취를 여전히 간직했다. 여기에 램프 말고는 곡선을 찾을 수 없는 깍두기 차체도 이 헤리티지의 한 부분이었다. 특히 불룩하게 튀어나온 큼직한 펜더는 진흙이 잔뜩 튀어도 차체를 크게 더럽히지 않는 기능성을 발휘함과 동시에 퓨어 오프로더 특유의 터프한 감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 요소로도 작용했다.꽁무니에 스페어 타이어를 매단 자태와 선명히 보이는 문짝의 경첩, 그리고 보닛 걸쇠들을 보니 공기 저항이나 멋과 같은 여러 가지 연유로 점차 매끈해져만 가는 오늘날의 SUV들과는 판이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이런 풍채 덕에 도어를 열고 들어가는 꼴이 마치 작전 수행을 위한 군용차에 몸을 싣는 것 같아 분위기는 사뭇 비장했다. 직물 시트에 몸을 맡기고 주위를 돌아보니 인테리어는 여기저기 허름한 구석이 엿보였다. 도어 암레스트를 제외한 실내 요소가 모두 플라스틱으로 빚어졌고, 그 흔한 열선시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AUX와 USB 단자, 알파인 오디오 시스템을 담고 있는 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일반적으로 도어 트림 쪽에 자리하는 사이드미러 조작 버튼이나 윈도 조작 버튼들은 모두 센터페시아에 위치해 있어 처음 운전 자세를 다잡을 때 애를 먹었다. 랭글러와 여행 경험이 없다면 도통 창문을 어떻게 내리는 것인지 헤맬 것이다. 아울러 옹졸한 사이즈의 모니터로 조작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UI나 작동 방식이 유려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음성인식 기능이 있긴 해도 도통 무슨 말을 건네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혔다. 이와 함께 내비게이션이나 열선 시트는 사하라 모델에만 적용되는 편파적인 선물이었다. 2열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오프로드를 위해 한껏 들어 올린 차체 탓에 승차하는 게 조금은 어렵다. 특히 도어 사이드스텝이 없어 키가 작은 아이들이나 여성들이 타기가 불편할 법했다. 개방이 가능한 루프 덕에 헤드룸은 넉넉한 편이고, 무릎 공간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시트가 바짝 서 있는 통에 장시간 2열에 몸을 맡기고 있기엔 허리가 고생 꽤 해야 한다.그러나 지프는 조금 더 고급스럽고 편안한 랭글러의 역할은 '사하라' 모델에게 맡겼고, 이 초록 빛깔 랭글러는 다분히 험로를 즐기는 데에 초점을 맞춘 '루비콘' 모델이었다. 나름대로 역할 분담을 잘 하긴 했어도 '기본 과제'들은 조금 더 충실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다. 다만 이제 떠나는 마당에 'JK'를 대놓고 질책할 순 없었다. 그런데도 지프는 전혀 주눅 들지 않은 채로 실내 여기저기에 브랜드 이름을 새겨 넣었다. 가령 송풍구 테두리와 크래시패드 하단에 있는 손잡이, 기어노브 등에 'Jeep'를 자랑스레 새겼다.그리고 지프가 인테리어 곳곳에 발휘한 센스들은 감탄을 자아냈다. 고개를 들어 룸 미러 쪽을 바라보면 지프의 심볼, 그러니까 동그란 헤드램프와 세븐 슬롯 그릴을 형상화한 그림을 새겼다. 그리고 컵홀더 사이를 자세히 보니 또 그 형상을 양각으로 그려 넣어 연신 웃음을 머금게 했다. 확실히 랭글러는 요즈음의 SUV들이 지닌 색채와는 다른 면모를 지녀 안팎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고 끝내주는 마지막 이별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걸쇠로 단단히 걸어 잠근 보닛 아래에는 3.6리터 V6 펜타스타 엔진이 잠들어있다. 시동을 걸면 방음 대책이 부족해서인지 마치 디젤엔진처럼 울음소리를 제법 우렁차게 내뿜는다. 일단 시작은 평평한 포장도로였다. 매끈하게 닦인 아스팔트 도로에서 랭글러는 의외로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펜타스타 엔진이 내뿜는 최고출력 284마력에 최대토크 35.4kgm의 파워는 2톤을 상회하는 육중한 몸을 무리 없이 이끌었다. 그러나 게으른 오토스틱(AutoStick) 5단 변속기 탓에 신속한 기색은 상당히 옅은 편이다. 고속 구간에서 뻗어나가는 힘도 살짝 부족하여 아쉬움을 전했다. 고저차가 큰 험로를 주파하기 위해 하체의 대응 폭이 넓어야 했기에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길어 자잘한 요철 정도는 부드럽게 넘겼다. 반대로 좌우에서 관성이 가해지는 순간에는 조금 불안한 면모를 보였다.바짝 서있는 윈드실드와 각이 살아있는 몸집 탓에 속도를 올릴수록 바람소리와 타이어 소리가 귓가를 울리지만 랭글러의 주 무대는 아스팔트가 아니었다. 아스팔트는 그저 험로와 험로를 이어주는 중간 코스일 뿐이었다. 이윽고, 길이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스팔트에서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시간과는 달리 본인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기 시작했다. 평범한 자동차라면 포장이 조금만 무성의하게 되어있어도 시종일관 덜컹거리며 나아갔을 터이다. 그러나 'JK'는 이제서야 본 실력을 드러내며 잔잔한 파도를 만났다는 듯 넘실넘실 거리며 요철을 즈려 밟았다.특히 랭글러 루비콘은 사하라 모델과는 달리 'Rock-Trac'이라 이름 붙인 정통 기계식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을 지녔다. 4x4 전문 브랜드의 기계식 4WD라는 생각에 처음 오프로드를 경험하는데도 자신감이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루비콘 라인업에는 험로를 누비기 위해 저속 기어를 겸비한 4WD뿐 아니라 앞뒤 디퍼렌셜에도 모두 잠금장치가 곁들여졌다. 여기에 프런트 스웨이 바도 분리가 가능하여 고저차가 큰 지형에서 수월한 통과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스키드 플레이트를 하체에 둘러 순수 오프로더 혈통임을 넌지시 알렸다. 어지간한 도심형 SUV라면 4WD 시스템을 갖췄어도 쉽게 주파하지 못할 험로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랭글러를 보니 알게 모르게 통쾌함이 느껴졌다. 강력한 심장을 품고 아스팔트 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 카들이 자아내는 것과는 또 다른 뉘앙스의 쾌감이었다. 지형에 따라 이리저리 요동치는 스티어링 휠을 굳게 잡고 긴장감이 더해진 순간은 아주 짜릿했다. 'JK'는 떠나는 순간까지 즐거움을 안겼다. 뒤집어쓴 흙먼지와 흙탕물은 랭글러에겐 훈장과도 다름없었다. 무수한 전장을 헤집어 놓던 윌리스 MB의 유전자를 품은 'JK'는 그 뿌리는 물론, 뼛속까지 아이코닉 오프로더였다. 그런데 'JK'는 4,840만 원이란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미국에서 2만 4천 달러부터 시작하는 대중적인 자동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은 망설여지게 된다. 국산 대형 세단도 손에 넣을 수 있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말마다 험로에 뛰어들 수 있는 여유와 열정을 품은 사람이라면, 'JK'와 손을 맞잡고 여행을 떠날 자격이 있다. 이렇게 랭글러는 오로지 이성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는 자동차였다. 미 대륙의 국민 오프로더, 그러나 곧 그 타이틀을 넘겨줄 JK를 만나본다고 해서, '슬슬 떠날 때 됐지'라고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 만난 'JK'는 부실한 편의장비나 조악한 일부 조립 상태 탓에 그 생각이 선명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이별을 고하고 뒤로 돌아서려니 'JK'의 동그란 눈망울이 아른거린다. 달콤씁쓸한 이별 여행이었다.